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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일할 50대에 치매?"…중년 위협하는 '초로기 치매'란 [치매를 말하다 ⑤]


치매라는 질환을 떠올리면 흔히 고령층이 기억을 잃고 배회하는 모습을 연상하기 쉽다. 하지만 왕성한 사회 활동을 하는 중년층이라고 해서 치매의 안전지대는 아니다. 노년층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치매가 최근 비교적 젊은 연령층에서도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젊은 치매'로 불리는 '초로기 치매'다.

중앙치매센터의 '대한민국 치매현황 2022'에 따르면 국내 65세 미만 치매 환자는 약 8만 명으로 전체의 9%에 달한다. 환자 수는 꾸준히 증가 추세다. 건강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치매 진료 인원은 2009년 1만 7천 명에서 2019년 6만 3천 명으로 10년 새 3.6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경과 윤보라 교수(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는 "실제로 진료 현장에서 50대 환자의 비중이 과거보다 눈에 띄게 늘고 있다"라며 "가장 생산적인 연령대에 발병해 가정과 사회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는 질환인 만큼, 조기 감별과 적극적인 예방 관리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윤 교수와 함께 초로기 치매와 노인성 치매의 차이점을 짚어보고, 시급한 제도적 과제와 발병을 늦추기 위한 예방 수칙을 모색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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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치매 원인 1위 '알츠하이머', 증상 나타나면 늦어... 뇌가 보내는 초기 신호는? [치매를 말하다 ④]

초로기 치매, '전두측두엽'·'2차성' 등 원인 질환 다양
초로기 치매(Early-onset dementia)는 65세 미만에 발병하는 치매를 통칭하며, 조기 발병 치매라고도 부른다. 이는 특정 질환명이 아닌 발병 시점에 따른 포괄적 분류로, 원인이 알츠하이머병이든 혈관성 치매든 65세 이전에 발병했다면 모두 이 범주에 포함된다.

노인성 치매와 비교해 보면, 원인 질환의 구성 비율에 차이가 있다. 알츠하이머병 뿐만 아니라 전두측두엽 치매, 알코올성 치매 등 원인 질환이 다양해 진단이 까다롭고, 일부 원인에서는 진행 속도가 빠른 양상을 보여 예후 또한 좋지 않은 경우들이 있다.

윤보라 교수는 "65세 이상 노인성 치매에서는 알츠하이머병이 가장 흔한 원인으로 약 70%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비중을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조기 발병 치매에서도 알츠하이머병이 여전히 가장 흔한 원인이지만 그 비중이 약 50% 수준으로 낮아지고, 대신 감정 조절 장애나 언어장애 등을 주증상으로 하는 전두전두측두엽 치매가 약 15~25%로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다"고 덧붙였다. 

특히 주목할 점은 만성적인 음주, 우울증, 영양 결핍 등에 기인한 '2차성 치매'의 비율이 10~15%에 달한다는 사실이다. 2차성 치매는 원인을 조기에 발견해 교정할 경우 회복 가능성이 있으므로, 정확한 감별 진단이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 한다.

이른 발병 연령 탓에 '유전병'으로 오인하고 과도한 공포를 느끼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의학적으로 '유전'과 '가족력'은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 부모로부터 특정 유전자 변이를 직접 물려받아 발병하는 유전성 치매는 전체의 1% 미만으로 극히 드물다. 다만 직계 가족 중 환자가 있는 '가족력'에는 유의해야 한다. 윤 교수는 "가족은 식습관이나 생활 환경을 공유하는 경우가 많아, 일반인 대비 발병 위험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전했다.

'업무 수행 능력' 저하 뚜렷… 젊을수록 진행 빨라
조기발병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역시 기억력 저하가 주된 증상으로 나타나지만, 노인성 치매에 비해 초기부터 언어·판단·시공간 파악 등 전반적인 '수행 능력(Executive function)' 저하가 함께 두드러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윤보라 교수는 "익숙한 업무에서 반복적인 실수가 잦아지거나 복잡한 계획 수립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단순 노화가 아닌 병적 신호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전두측두엽 치매는 참을성이 없어지고 충동적인 행동을 주로 보이는 행동변이형이나, 언어이해와 표현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원발성 진행성 실어증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초기에는 기억력이 비교적 보존되는 경우가 많지만 사회 규범을 벗어난 돌발 행동이나 뚜렷한 의사소통 장애가 발생한다면 치매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문제는 일부 조기 발병 치매에서는 진행 속도가 노인성 치매에 비해 훨씬 더 빠른 양상을 보일 수 있다는 점이다. 윤 교수는 "의학적으로 젊은 뇌는 대사 활동이 활발해 병적 단백질의 확산 속도 역시 빠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사회적 인식 부족도 병을 키우는 요인이 된다. 환자 스스로나 주변에서 '젊은 나이에 설마 치매겠어?'라며 방심해 진단 골든타임을 놓치고, 이미 병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병원을 찾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므로 이상 증상이 나타났을 시 '설마' 하는 생각을 거두고 평소와 다른 작은 변화도 놓치지 않는 세심한 관찰이 요구된다.

원인 따라 치료 전략 달라… 알츠하이머병은 '신약' 병용 기대
치매는 단일 질환이 아니라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증후군이므로, 무엇이 치매를 일으켰는지(원인 질환)에 따라 치료 접근 방식도 달라진다. 알코올성 치매는 '금주' 자체가 가장 중요한 치료의 핵심이며, 기타 2차성 원인에 의한 치매는 해당 질환을 교정함으로써 근본적인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전체 치매의 다수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은 조기 발견과 적극적 치료가 핵심이다. 이를 통해 환자의 독립적 생활 기간을 연장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표준 치료로는 연령과 무관하게 '아세틸콜린 분해효소 억제제'나 'NMDA 수용체 길항제' 등 인지기능 개선제가 사용된다.

최근에는 '레카네맙' 등 항체 치료제가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는 뇌의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직접 제거해 질병 진행을 늦추는 기전이다. 윤보라 교수는 "이 약물은 경도인지장애나 초기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며 "기존 약물과 작용 기전이 달라 병용 투여 시 임상적 이득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초로기 치매에서 상대적으로 비중이 높은 전두측두엽 치매는 아직 질병의 진행을 근본적으로 늦추는 입증된 치료제가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정확한 진단을 통해 불필요한 약물 처방을 막고, 증상 조절과 환자 케어에 집중하는 비약물적 접근이 중요하다.

'조기 발병 치매' 특화 시스템 마련돼야...선제적 예방도 필수
치료의 난관 못지않게 문제가 되는 것은 부족한 사회적 인프라다. 윤보라 교수는 "50대 환자는 신체 기능이 양호해, 거동이 불편한 고령층 위주의 기존 요양 시설에는 적응하기 어렵다"며 현행 시스템의 한계를 지적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조기 발병 치매 환자 전용 데이케어 센터'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단순 보호를 넘어, 잔존 인지 기능을 활용해 사회적 역할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돕는 커뮤니티 활동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윤 교수는 "경제 활동의 주축인 가장의 실직은 곧 가정 경제의 붕괴로 이어질 위험이 큰 만큼, 실질적인 경제적 지원책 마련도 시급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또한, 현재 치료는 주로 증상 완화와 진행 지연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예방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2024년 세계적 권위의 의학 학술지 '랜싯(Lancet) 위원회'는 치매를 유발하는 14가지 위험 요인을 발표하며, 이를 적절히 관리할 경우 전체 치매 발생의 약 45%를 예방하거나 지연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윤 교수는 이러한 위험 요인 중에서도 특히 뇌혈관 건강과 직결되는 기저질환 관리를 최우선으로 꼽았다. 그는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뇌혈관 위험 인자를 철저히 관리하고, 난청 및 시력 저하를 방치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적극적인 두뇌 활동과 사회적 교류를 유지하되, 뇌세포를 파괴하는 과도한 음주와 흡연, 사회적 고립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