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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굶는 습관, 혈당 스파이크 불러"...혈당 관리하는 식사·운동 루틴은?


혈당이 식사 후 급격히 올랐다가 빠르게 떨어지는 '혈당 스파이크'는 피로감이나 졸림 정도로만 여겨 쉽게 간과되곤 한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반복되면 췌장에 부담을 주고, 장기적으로는 당뇨병·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내과 전문의 이영민 원장(소문난내과의원)은 "현대인은 불규칙한 식사, 빠른 식사 속도, 고당분 음료 섭취 등 혈당 스파이크를 유발하는 생활 패턴에 쉽게 노출되어 있다"라며 "작은 습관 하나만 바꿔도 혈당 조절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라고 강조한다. 이 원장과 함께 혈당 스파이크의 원리부터 식사 순서, 식후 운동법, 연속 혈당 측정기 활용법까지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관리 전략을 알아본다.

요즘 혈당 스파이크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듣습니다. 정확히 어떤 현상인가요?
혈당 스파이크는 식후 혈당이 급격히 올랐다가 빠르게 떨어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혈당 그래프가 뾰족하게 올라갔다 내려오는 모습에서 스파이크(spike)라는 이름이 붙었죠. 혈당이 급격히 떨어질 때 피로감이나 집중력 저하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다만 식후 졸림의 대부분은 혈당 스파이크 자체보다는 소화를 위해 혈류가 위장관으로 몰리고,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생리 반응입니다.

혈당 스파이크가 생기면 우리 몸에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나요?
혈당이 급히 오르면 이를 낮추기 위해 췌장에서 인슐린을 대량으로 분비합니다. 인슐린은 혈당을 근육과 지방·간으로 이동시키고, 남는 혈당은 글리코겐, 더 남으면 중성지방 형태로 저장됩니다. 즉, 식후 반복적인 과혈당은 지방 축적과 대사 부담 증가로 연결됩니다.

혈당 스파이크는 당뇨 환자에게만 위험한가요? 일반인도 주의해야 하나요?
혈당 스파이크는 당뇨가 없는 건강한 사람에게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탄수화물이나 단 음식을 갑자기 많이 섭취하면 혈당이 급격히 올랐다가 빠르게 떨어지면서 누구나 혈당 스파이크를 경험할 수 있죠. 문제는 이런 패턴이 반복될 때입니다. 혈당을 낮추기 위해 췌장은 인슐린을 더 빨리, 더 많이 분비하게 되고, 이 과정이 지속되면 췌장 기능에 부담이 생깁니다.

더 큰 문제는 인슐린 저항성입니다. 근육·지방·간 세포가 인슐린에 잘 반응하지 않게 되면서 혈당 조절 능력이 떨어지는 상태인데, 이는 2형 당뇨병의 핵심적인 원인이자 고혈압, 고지혈증 같은 여러 만성질환의 출발점으로도 지목됩니다. 실제로 비당뇨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식후 1시간 혈당이 높으면 향후 당뇨병 발생 위험이 약 3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따라서 현재 건강하더라도 혈당 스파이크를 방치하지 않고, 평소 생활 속에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혈당 스파이크는 어떤 상황에서 잘 발생하나요?
대표적인 경우는 다음과 같습니다.

▷ 오랜 공복 후 폭식: 인슐린 농도가 낮아져 있어 식사 시 혈당이 급격히 오릅니다.
▷ 빠른 식사 속도: 음식이 한 번에 위로 들어가면서 흡수가 빨라지고 혈당이 급상승합니다.
▷음식의 형태: 잘 갈린 음식(주스, 곡물 셰이크), 죽, 빵·떡처럼 부드럽고 정제도가 높은 음식은 흡수가 빨라 혈당 스파이크를 유발하기 쉽습니다.

특히 아침 공복 상태에서 시리얼·빵·잼·주스 등으로 간단히 때우는 식습관은 혈당 스파이크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패턴입니다.

혈당 관리에 있어 '식사 순서'가 중요하다는 말이 있는데, 실제 과학적 근거가 있나요?
네. 여러 임상 연구에서 채소 → 단백질 → 탄수화물 순서로 먹으면 혈당 상승이 20~30%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채소와 단백질이 먼저 들어가면 탄수화물 흡수를 지연시키기 때문에 혈당 상승이 완만해지고 스파이크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같은 음식을 먹어도 혈당 상승 폭이 사람마다 다른 이유는 무엇인가요?
2015년 이스라엘 연구팀이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참여자들에게 같은 열량의 바나나와 쿠키를 각각 먹게 한 뒤 혈당 변화를 측정했는데, 결과가 매우 달랐습니다. 어떤 사람은 바나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해 혈당이 크게 올랐고, 쿠키에서는 변화가 거의 없었습니다. 반대로 어떤 사람은 바나나보다 쿠키에서 혈당 상승이 더 두드러졌죠. 이처럼 같은 음식에도 혈당 반응이 사람마다 크게 다르다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이 차이는 일부 유전적 요인도 있지만, 특히 장내 미생물(마이크로바이옴)의 구성과 비율 차이가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설명됩니다. 즉, 어떤 음식이 누구에게 높은 혈당 반응을 유발할지는 개인의 몸 상태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혈당 패턴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특히 당뇨 환자나 식단 조절이 필요한 분들에게 24시간 연속 혈당 측정기((CGM)를 활용해 각 음식이 자신의 혈당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직접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이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면 개인 맞춤형 식단 관리가 가능해져 혈당 조절에 훨씬 도움이 됩니다.

연속 혈당 측정기로 어떤 정보를 얻을 수 있나요?
센서를 피부에 부착해 24시간 실시간 혈당 변화를 모니터링합니다. 스마트폰과 연동되기 때문에 어떤 음식이 혈당 스파이크를 일으키는지, 식사·운동·수면이 혈당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즉시 확인할 수 있어 식단 교정에 매우 유용합니다.

커피가 혈당에 영향을 주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당뇨 환자도 커피를 마셔도 괜찮을까요?
블랙커피는 혈당을 올리지 않습니다. 카페인의 여러 대사적 효과는 당뇨 예방에도 긍정적이라는 연구가 많습니다. 다만 시럽·설탕·휘핑크림 등이 들어간 커피 음료는 사실상 '단 음료'이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혈당 스파이크를 줄이기 위한 식사 원칙이 있을까요?
네, 있습니다. △다양한 식재료로 골고루 먹기 △식사는 천천히 △30번 이상 씹기 △규칙적으로 식사하기 △과식을 피할 수 있는 환경 만들기입니다. 특히, 빠르게 먹으면 혈당이 급상승하기 쉬운데, 꼭꼭 씹으면 포만감이 빨리 와 과식을 줄일 수 있습니다.

아침을 거르거나 1일 1식을 하는 것이 혈당에 영향을 미치나요?
규칙적인 식사가 가장 중요합니다. 아침을 거르는 것만으로도 대사증후군 위험이 14% 증가한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식사를 불규칙하게 하면 인슐린 분비 리듬이 깨지고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게 됩니다.

혈당 스파이크를 막기 위한 운동은 언제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까요?
식후 혈당은 30분~1시간 30분 사이에 가장 높습니다. 따라서 식사 후 30분 이내에 10~20분 산책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걷기는 엉덩이·허벅지 근육 같은 큰 근육을 사용해 혈당 소비가 효과적입니다. 사무실·집에서는 △제자리 걷기 △간단한 스쿼트 △가벼운 스트레칭도 도움이 됩니다.

저녁을 언제 먹는지가 다음 날 혈당에 영향을 미치나요?
네. 늦은 저녁이나 야식은 밤새 고혈당 상태를 유지하게 합니다. 밤에는 활동량이 거의 없고, 인슐린 감수성도 낮기 때문입니다. 같은 식단이라도 1~3시간 늦게 먹으면 식후 혈당 최고점이 더 높고, 고혈당 지속 시간이 더 길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따라서 저녁은 7시 이전에 마치고, 이후 가벼운 산책을 권합니다.

기획 = 염진아 건강 전문 아나운서